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누구

본문

"다들 말이야, 대단한 생각들을 하고 있어. 앞으로의 출판업계에 대해서라든가 어떤 기획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무진장 뜨겁게 얘기해, 벌써."

"그걸 들으면서 생각했는데, 난 그냥 취업활동을 잘하는 것 뿐이었어."

"달리기를 잘한다, 축구를 잘한다. 요리를 잘한다. 글씨를 잘쓴다 하는 것과 같은 레벨에서 취업활동을 잘하는 것뿐이었어."

"그런데 취업활동을 잘하면 마치 그 사람이 통째로 아주 대단한 것처럼 말해. 취업활동 이외의 일도 뭐든 해낼 수 있는 것처럼. 그거, 뭐랄까."

"그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피망을 못 먹는 것처럼, 윗몸일으키기를 못하는 것처럼 그냥 취업활동을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런데 취업활동을 잘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통째로 무능한 게 되어 버려."

"난 네가 왜 합격하지 못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빈정거리는 거 아니야, 이거."

고타로는 나를 격려해 주고 있다.

"고맙다"

"난 말이야, 합격하면 취업활동이 끝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나 오늘 만난 동기와 오늘 간 회사에서 계속 일해야 해. 취업활동은 끝났지만, 아무것도 해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

 

 

"누가 뭐라든 한 달에 한 번 공연을 계속해 나간다는 건 욕도 먹긴 하지만 바른 모습이잖아. 네가 관찰자로서 취업활동에 임했다가 실패한 지난 1년 동안, 긴지 군은 열두 번이나 공연했다는 얘기야. 아무리 시시하다고 얻어맞아도 남들에게 평가받는 일을 절대로 그만두지 않았어. 네가 못한 일을 긴지 군은 계속 실행하고 있어. 그 진지함에 맞서지 못하는 너를 유일하게 용서해 준 장소지, 그 게시판이."

 

"뼈아프고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계속 몸부림치는 것을,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을, 긴지 군은 계속 실행하고 있어."

 

"거리를 두고 관찰하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 버릴 것 같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혼자 있어 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그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갈고 닦은 고찰은, 분석은 독도 약도 뭣도 되지 않아. 그건 누구도 지탱해 줄 수 없고, 언젠가 너를 돕는 일에도 써먹지 못해."

 

"관찰자인 양 해 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아."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 전해지는 거야. 아무리 멀쩡하게 정장을 입어도, 아무리 또 하나의 계정을 숨겨도 네 마음 안쪽은 상대에게 다 보여."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몸부림치지 못하는 너의 진짜 모습은 누구에게나 전해져. 그런 사람을 어떤 회사에서든 원할 리 없잖아."

 

고타로가 다쿠토에게 "난 네가 왜 합격하지 못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보다 다쿠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대사다. 그런데 친분이 깊지 않은 리카는 다쿠토에게 "난 다쿠토가 합격하지 못하는 이유, 알아"라고 말한다. 리카의 이 대사에서 호러는 시작된다. 리카의 사정없는 칼질은 다쿠토의 심장뿐만 아니라 독자의 심장까지 난도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친구인 고타로가 보는 다쿠토도, 만난 지 오래되지 않은 리카가 보는 다쿠토도 모두 진짜 다쿠토다. 한 사람은 선을 더 많이 보고 한 사람은 악을 더 많이 보았을 뿐. 그래서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을 누군가는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것이다.

 

"인맥을 넓히겠다고 늘 말하지만, 알아? 제대로 살아 있는 것에 뛰고 있는 걸 ""맥"이라고 하는 거야. 너, 여러 극단의 뒤풀이 같은 데 가는 모양인데,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러 갈 수 있어? 그거, 정말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보고 있으면 딱하더라,너"

작가는 당신이 인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죽은 '맥'이라고 이렇게 돌직구를 날린다.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 살인 이 청년 작가, 데뷔작<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에서는 고등학생들의 얘기를 다루었다. 이 작품에서는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의 얘기를 다루었다. 

'D.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위인과 어리석은 사람들의 일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0) 2022.09.07
사람들  (0) 2022.09.07
풍경과 인간  (0) 2022.07.24
회사원  (0) 2022.07.24
각오  (0) 2022.07.03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